어느 골목집

Say Say Say 2022. 6. 11. 10:26 |


아직 눈이 내린다
그녀는 목소리를 바꿔가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창문에 걸려있는 네온사인의 받침들이 희미하다
때론 그녀의 말도 받침이 들리지 않았으나
굳이 되묻지 않았다

골목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질 때쯤
술이 조금 남아있는 내 잔에 술을 따르며
모두 다 떠나도 그 사람은 그러지 않을 거라 믿었단다
골목에 이십 년쯤 버티고 있으면
기억들도 다 퇴색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녀의 말들이 내게 쌓인다
생생한 과거의 말들이 눈처럼
나는 말을 타본 적이 없지만
문득 눈 내리는 하늘 저 위
구름마다 말이 달린다고 생각했다
제자리에서 뛰는 말들
거기에 그렇게 있는 하늘
구름이 모이면, 하늘 가슴에 꽉 차면
말발굽에 부서지는 구름이 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눈이 내린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내 가슴에 서늘하게 쌓인 그녀의 눈이
그 얼굴이 기억나기도 전에 떠난 사람들
그런 구름들을 지우는 것이다

눈 내리는 날
창자처럼 긴 골목 깊숙한 곳
그 깊숙한 곳에 있는 그 밥집
가평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취기가 분홍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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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E - 君に逢いたい

musik 2022. 6. 7. 04:37 |

 

 

고전 V계열 밴드중엔 그래도 44MAGNUM과 함께 가끔씩은 찾아듣는 밴드인 CRAZE인데 사실 전신 밴드인 D'ERLANGER(데란쟈)나 데란쟈 보컬 홀로 빠져나와서 만든 밴드인 DIE IN CRIES 모두 연주실력 좋고 곡도 괜찮은 밴드지만 1기 CRAZE에 비해 굳이 찾아듣지는 않는다.이유는 간단하게 보컬의 차이인데 CRAZE가 워낙 보컬 난이 심했던 밴드였던지라 보컬만 공식적으로 4번(비공식 포함 6번)이 바뀌는 악순환을 겪었어도 개인적으로는 CRAZE의 1대 보컬인 후지사키 켄이치(藤崎 賢一)를 많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데란쟈의 쿄는 확실히 성량도 엄청나고 화려한 라이브 실력을 가졌지만 후지사키 켄이치의 허스키하면서도 쿨한 음색을 느낄 수가 없고 Craze의 2대 보컬인 오가타 토요카즈는 후지사키에 비해 음색이 너무 평범하다. 그나마 마지막 보컬인 TUSK가 많이 근접했지만 폭발력은 조금 미치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그렇기에 플레이리스트에서 Craze시절의 곡은 대부분 후지사키 켄이치 재직시절 곡인 I LOVE YOU나 君に逢いたい,RISKY같은 곡이 대부분인데, 막상 일본시절 주변 고전 V계에 일가견이 있다는 양반들에겐 대부분 후지사키보단 다른 보컬들의 평가가 좀더 높더라. 그래도 취향은 개인마다 다른지라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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