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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22.10.24 Kakao Shock
  5. 2022.10.15 다시 일본
  6. 2022.10.01 두번째 기타 이야기
  7. 2022.08.28 15년 전의 그 남자 -2-
  8. 2022.08.24 15년 전의 그 남자 -1-

221206

Dear.. 2022. 12. 6. 22:49 |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려서 눈사람을 만들까 하다가 그냥 출근했다. 퇴근하면서 보니 눈이 대부분 녹아 있었다.

세상 일은 대부분 허무하면서도 잔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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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tar 2022

Dear.. 2022. 11. 18. 11:24 |

 

헬로 에브리원

친한 동생녀석이 이번에 이쪽 프로젝트 참여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본가가 부산이니 어디서 잘지 걱정은 없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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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llection

Dear.. 2022. 11. 3. 23:26 |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4LEAF시절 친하던 동생으로 내가 많이 놀리고 그랬는데, 당시 아이디로 찾아보니 이녀석 아이디가 네이버 블로그에 존재했다. 네이버 블로그 방명록에 이름과 4LEAF시절 얘기를 하고 전화번호를 남겨 봤는데, 1시간 정도 뒤에 바로 전화가 왔다. 최근 좀 바쁘긴 한데 한두시간 정도는 비번으로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녀석은 어엿한 의사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다음날 차를 몰고 녀석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갔다.

 

4LEAF시절 대기실 정모할 적에 신촌에서 다들 모였는데...하긴, 그때의 나는 덩치 크고 막나가는 덕후 고등학생이었고 녀석은 겨우 중3이었지.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모 형들과는 최근 연락하고 있었지만 각자 가정도 생기고 나도 영국, 일본 돌아다니는 동안 귀찮아서 연락 안했다느니, 녀석과 친하던 모 친구는 속도위반으로 나이 25에 결혼했다거나 등등. 학창시절엔 내가 성적이 괜찮은 편이라 의대 지망했던거 기억하는데 정작 나는 합격하고도 안 가서 많이 슬펐다고 하더라.

 

그 후로 이어진 대학 합격 후 등록금 못 내준대서 가출한 것과 결국 추가모집으로 전혀 다른 전공으로 대학교 등록한 거 보고 많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대나...그래서 더더욱 의대를 지망했고 4LEAF가 웹화 되고 당시 세이클럽에 존재하던 클럽이 폭파되기 직전 내가 수능 끝나고 보내준 문제집 잘 썼다고 하니 도움이 되어 다행이었다. 내가 알던 그 병원 의대는 군기도 꽤 세고 분위기가 살벌해서 좀 기피하던 곳이었는데 운좋게 자기가 입학할 적엔 학과장 딸내미인가가 입학해서 군기는 별로 없었지만 유지하느라 박터졌다고 한다.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저 생각뿐이었다. 나는 의대 전공 공부가 얼마나 빡센지, 인턴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둘 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배가 더 나오고 머리숱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원형아. 다음엔 너보다는 좀 못 벌어도 내가 살테니 찐하게 술 한잔 하자. 어디선가 끊어져버린 이야기들을 다시 잇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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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Shock

Dear.. 2022. 10. 24. 13:48 |

 

최근 좀 바빴는데

우리의 친구이자 IT개발자의 적인 브라이언네 동네가 개판이 되어서 복구하느라...

업무영역과 겹치긴 하는데 이정도까지 겹치고 삽질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미 배정된 휴가도 짤리는 판이라 어쩔 도리가 없지만 솔직히 서버 배치와 이중화 개판으로 한 카카오 탓이라

사실상 이번에 작살나진 않아도 언젠가는 터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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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본

Dear.. 2022. 10. 15. 12:04 |

일본 비행기표가 풀렸다. 어디부터 먼저 가야 할까 이래저래 고민하는 와중에 생각해 보니 오키나와부터 아오모리까지 웬만한 데는 다 가본 일본이지만 홋카이도는 가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정확히 적자면 아오모리에 가던 차 잠시 다녀오자는 생각이 들어 신칸센 타고 홋카이도 입구인 하코다테까지 가본 것이 다였다. 채 하루를 못 넘기고 귀환했는데, 아마 고료가쿠 보러간다고 그랬었던 것 같다. 물론 도쿄시절 친구들이나 교토시절 지인들이 한번 오라고는 하는데 교토는 거리와 가격 문제가 워낙에 심하다 치면 아마 올해 첫 방문은 관동이나 주부쪽부터 가고 그 다음은 홋카이도 쪽이 될 것 같다. 

 

가끔씩 지내던 옛 호텔들은 이제 게스트하우스가 되거나 캡슐텔이 되어버린지라 동선부터 쉽지 않은데 과연 플랜을 어떻게 짤 것인가가 문제다. 토요코인이나 APA 이런곳은 정말 최후의 보루 정도라 패스한다 치면... 2년동안 바뀐 분위기에 어떻게 적응을 할까? 그리고 이젠 뭐 덕후질하러 이케부쿠로나 가봐야 할 판이니 어쩔 수 없나? 우선 관동부터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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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기타 이야기

Dear.. 2022. 10. 1. 23:46 |

(운좋게도 이 베이스는 아직 사진이 예전 메일주소에 남아있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합주를 하며 지내다가 그렇게 중학교 3학년쯤이 되었다. 3학년 2학기가 끝날 즈음 이유를 모른 채 저 멀리 타향으로 보내졌다. 성적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지망했던 외국어고 전형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예상한다. 두번째로 내가 집안에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부모님과 사이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사촌형이 타던 오토바이를 물려받아 타고다니는 취미가 있었는데 집안에서 당연히 좋게 보지 않았고 나는 나대로 '성적만 제대로 나오면 됐지 내가 공부를 안 했냐, 사람을 패고 다녔냐? 게임 하고 만화책 보는 게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냐?' 며 대들었다. 당연히 지금도 나는 그걸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충 그때부터 부모님과의 사이가 굉장히 크게 틀어졌고 그후 두 번 정도 크게 폭발했다. 컴퓨터 사용금지, 오토바이 금지에 그동안 모아뒀던 만화책이나 게임잡지를 모두 버려버렸기에 그전에 사촌형 자취방으로 미리 빼돌렸던 드림캐스트 게임기와 원래 사용하던 베이스 정도만 겨우 살려서 건져냈다.

그렇게 워크맨 하나만 달랑 들고 친구도 하나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끌려와 기숙사라는 곳에 갇혀있자니 불만은 하루하루 늘어만 갔다. 위에선 타지역 출신이라고 찍어누르려 들고 기숙사엔 웬 멍청한 놈들이 건방지다며 3:1로 다구리를 놓으려 하길래 죄다 패줬더니 선배라는 머저리들이 불러서 코피날때까지 사람을 때리고 사감이라는 사람은 그걸 방관하는 추태에다 교사라는 사람들도 첫 수업에서 졸려서 잠시 졸았더니만 그저 첫인상 가지고 대놓고 구타를 하고 무시하니 의욕은 하루하루 떨어져만 갔다. 

 

그러다가 운좋게 1학년 1학기 첫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상당히 좋게 나오자 그제서야 담임선생의 태도가 바뀌었지만 난 이미 그런 식으로 사람에 잣대를 두고 차별하려 하는 태도가 역겨운 나머지 그냥 1학년 기간은 없는 셈 치기로 하고 수업때 무시하지만 않는 태도를 유지하며 그저 공부만 했다. 그러던 와중 1학기 방학 보충수업 때 서울에서 무언가 큼지막한 택배가 취급주의 스티커를 붙인 채 나에게 배달되었다. 보낸 사람 이름을 보아하니 사촌형인지라 기대를 하며 뜯어보았더니만 긱백에 든 것은 예쁘장하게 생긴 내 페르난데스 베이스가 아닌 웬 시커멓고 처음 보는 싸구려 중 싸구려의 대명사였던 가와사미 베이스 기타가 있었다. 편지를 대충 읽어보니 지금은 힘들지만 이걸로 참아달라나...

PC통신이나 인터넷 환경에 접속할 수도 없었고, 1주에 5천원의 용돈(그중 2천원은 차비)을 받아 쪼들리며 살던 내게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라며 사촌형에게 따지기엔 너무 힘든 환경이었다. 아니, 그럴 생각도 없이 지쳐있던 터라 차라리 이거라도 보내준 사촌형이 고마울 뿐이었다. 그나마 어쿠스틱 기타를 비롯한 악기 반입 정도까지는 허용되었기에 밴드부 합주실에 틀어박혀 그냥저냥 아무도 연주하지 않고 연주법도 몰라 풀 밴드구성을 못해서 고생하던 베이스 정도 연주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밴드부 선배들이 찬양예배(...) 백킹을 쳐달라고 했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거절한 이후부터는 들어가지 못해 기숙사 옥상에서 잠시 머리 식히려고 연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음해 학교의 부회장이 되었고 모두 나가버린 밴드부에서 홀로 주자들을 모집해서 합주를 하곤 했다. 내게 있어서 개신교 라던가 찬양연주 같은 것은 기본밖에 할 줄 모르는 애들이 학교에서 무언가 보여주고 군림하려는 수단에 위선의 모임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픽업이 나가거나 넥이 헤까닥 하기는 했지만 단순 합주용으로는 쓸만했다고 기억한다. 그래도, 그 시절에 이 베이스 덕분에 죽지 않고 3년 정도는 버텼다. 후일 사촌형에게 물어보니 니 베이스 돈없어서 팔았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도 당시 완전 생초보였던 내겐 페르난데스 베이스도 과분한 악기였던 게 사실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슬프게도 부모님과 대학 진학문제로 대판 싸우고 1달정도 가출했을 적 그 베이스는 두 동강이 나서 사망했다. 3년이나 같이 했던 악기의 최후라고 생각하니 슬펐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째어째 추가합격으로 대학엘 진학하고 나서 1학기가 끝나고 곧 입대를 해버렸고 나는 한동안 악기와 연관이 없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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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의 그 남자 -2-

Dear.. 2022. 8. 28. 17:07 |

물론 너같이 국문과 영문과 전공도 안해서 기초도 못 배우고 사회학과 경제학과 이런데 다니는 놈은 글로 밥벌이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화가 나서 나도 순간 그 선배를 째려볼 뻔 했지만, 그 형보다 더욱 술마시면 말이 심한 사람을 부모로 모시고 살았던 인생인지라 그냥 참기로 했다. 대신 술만 마셨다. 20분 정도 지나서 조용히 누나가 자리로 돌아왔다. 내 생각엔 아마도 내가 화를 낼지도 몰라서 자리를 피했던 것 같다. 마치 불란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는 다시 김치전에 막걸리를 기울였고 그렇게 다시 술자리가 계속되어 동대문에서 2차, 화양동에서 3차를 거치고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내가 각자 따로따로 택시를 태워주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두어번 길가에 피자를 만들어놓고 귀가했다.


그렇게 3일 뒤에 나는 출판사 누나와 다시 학교 후문의 전통술집에서 만났고, 그제서야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었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지만 그 형이 출판사 누나에게 들이댄 지가 어언 1달이 조금 넘었고 다음달 원고 청탁을 해보려 해도 문자건 휴대폰이건 연락 한번 안 받으려 하길래 구실을 대서 불렀대나. 그런 식으로 다른 작가들 끼워서 불렀는데 그 때마다 술자리에서 나에게 한 것처럼 말로 시비를 걸어 상대 작가나 인물들을 화나게 해서 분위기를 죄다 작살내는 경우가 두어번 있어서 이번에는 그나마 덩치가 있는 나와 있을 적에 불렀다는 것 같다. 다른 작가분들에겐 손도 올라갔는데 내가 덩치가 워낙 좋고 화도 안 내서 겨우겨우 잘 마무리가 되었대나. 나는 배가 꺼지도록 껄껄껄 웃었다. 그렇게 둘이서 종로에서 가볍게 술을 마신 다음 서로 지하철역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출판사 누나를 택시태워 보낸 후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려고 돌아선 그 자리에


형이 서있었다.


아마 살면서 그만큼 놀란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나는 군 시절에도 모두 귀신이 나온다는 초소에서 밤 12시에 혼자 근무하면서도 놀라본 적이 없다. 저번에 본 것처럼 후줄근한 차림새보다는 좀더 차려입은 그 형이 잊어버릴 수 없는 곱슬머리에 두꺼운 뿔테안경을 끼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놀랐지만 나도 들은 게 있기에 그 형에게로 다가갔다.



다 들었어? 라고 그 형이 말했다. 물론 들을 건 다 들었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대로 남자 둘이 사람들 지나다니는 지하철역 앞에서 거리를 두고 서로 뻘쭘하게 서 있는 것도 민구한 그림이었다. 자리를 옮겼다. 종로 뒤편의 지금은 없어진 유명 찻집 근처 모 막걸리집에서 나와 그 형은 고등어 소금구이를 시켜놓고 마주앉았다. 형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방금도 술을 마셨지만 이미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걸어다니는 동안 내 취기는 어느정도 가 있었다. 담배 있냐고 물어보기에 내 담배와 라이터를 건넸다. 당시의 나는 살렘이라는 초록색 포장지의 멘솔 담배를 하루에 반 갑씩 피우고 있었는데 형이 담배를 보더니 쿡 하고 웃었다. 왜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 의외라서 그랬댄다. 멋부린다고 말보로 레드나 마일드 세븐(현재의 메비우스Movius) 같은 거 피울 것 같았다나. 그렇게 둘이 얘기를 시작했다. 왜 나에게 그런 소리를 했냐 부터 시작해서 형 혹시 일본 모 소설가 팬이냐, 너 사실 그거 노래 가사를 염두에 두고 쓴거 아니냐 등등등. 그리고 내게 사회학과 경제학과 전공자들은 기초도 못 배웠기에 글로 밥벌이 못한다는 폭언을 퍼부은 그 형은.., 자기도 무려 법대생이었다. 

 

그렇게 만난 그 남자와 어언 10년이 넘게 알고 지내왔고, 둘 다 그 후로 더이상은 해당 문예지에 글을 기고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졸업 후 취직을 해서 유럽과 일본을 돌다가 3년 전에야 귀국했고 그 남자 역시 생계를 위해 어느 법무사 사무소에 몸을 담았다. 그 형이 그토록 졸졸 따라다닐 만큼 좋아했던 출판사 누나는 결국 한동안은 그와 사귀다가 법무사 사무소에 들어가버린 그가 결국은 절필한 순간 그를 떠나 우리가 그 당시에 술을 마시면서 욕하던 몇십살 연상인 안 팔리는 소설가와 결혼한 후 이혼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나라에 와서 가끔씩 만나고 지내게 된 그 순간 그는 떠났다.

 

오랜 음주로 간이 녹아버린 채 병상에 누워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그 남자와의 첫 만남을 이제와서 추억하기에는 너무 옛날 얘기지만 적어도 형이 가는 길을 외롭게 보내지는 않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도 곧 그를 따라가겠지. 내가 떠나면 글쎄다. 내 지인 중에서 나와의 인연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사실은, 먼저 자리를 잡아놓고 술자리를 펴놓고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내가 따라가서 마셔줄 거다. 김 선배. 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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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의 그 남자 -1-

Dear.. 2022. 8. 24. 03:55 |

한 10년도 더 전에 대딩시절 전역하고 문예지에 시가 게재되어 첫 등단이 정해졌고, 축하한다며 학교 근처로 찾아온 편집부 누나랑 얘기하던 중 이리저리 풀어헤쳐진 차림새에 머리도 안 감은 것 같은 떡진 머리를 하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삐쩍 마른 사내가 나타났다. 편집부 누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근처 대학 다니는 친구인데 저번달에 단편 쓴 사람인 누구씨다 하고 나에게 소개했다. 작품 이름을 듣고 나서야 당시에 책을 펼쳐보고 '이거 일본 모 소설가 짭퉁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어느 단편의 작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겸사겸사 다음 작품 얘기를 위해 같이 만나기로 했다기에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서로가 첫 등단이었지만 일단 내가 나이가 세 살이 어렸던지라 선배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우리는 커피를 한 잔씩 마신 다음 편집부 누나의 권유로 지금은 없어진 신당동의 어느 전집으로 향했다. 내가 당시에도 덩치가 컸던지라 내가 테이블에 혼자 앉고 맞은편에 그 형와 편집부 누나가 같이 앉았다. 우리는 셋이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당시의 문학세태나 자주 보던 영화 얘기, 최근 좋았던 글 얘기, 만나본 원로 작가분들 얘기를 계속 하면서도 나는 형의 눈이 편집부 누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그 형에게 편집부 누나가 눈길 한번 제대로 안 돌렸긴 하지만 형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째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나는 그 형에게도 형은 어떻게 생각하시냐며 하거나 아 오늘 술좀 들어간다며 막걸리잔을 들었다.

형이 점점 누나쪽으로 고개가 가까워지자 누나가 잠시 화장실 좀 간다며 자리를 피했다. 형이 나를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셋이서 술이 꽤나 들어가 있었고 그 형의 안경은 정말 투박한 느낌의 80년대스타일 잠자리 뿔테안경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눈빛만은 면도날 같았다. 나도 술은 자주 마시고 다니는 편이었기에 그리 취하지는 않았던지라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파전을 집어들었다. 그 형에서 내 이름이 처음으로 나왔다. 야 XXX이.

 

내 이름이 네 글자는 아니었지만 한동안 교수님 외에 내 이름을 풀네임으로 부르는 사람과 앞에 '야'를 붙여서 부르던 사람이 잘 없었기에 신선한 반응이었다. 별 수 있나. 이래봬도 선배인데. 나이가 위라는데 네 형. 이라고 밖에는 말할 도리가 없지. 얼굴이 벌개진 형이 면도날 같은 눈빛으로 면도날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OOO이랑 둘이서 놀면서 나는 끼워주기 한거냐? 라고 묻기에 나도 그냥 웃는 낯을 하면서 셋이 같이 모였는데 어째 대화가 잘 안 돌아서 형에게도 말씀을 건넨거고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저 누나 손가락에 반지 있지 않냐. 하고 넘겼으나 이 형은 그때부터 언거푸 막걸리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불평불만을 토해냈다. 너는 새끼가 그딴 글타래 같은 글이나 시랍시고 쓰고 있다느니, 시쓰는 놈이면 좀 예리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너같이 허허허 웃기만 하는 놈이 무슨 시를 쓰냐느니 그게 노래 가사지 시냐 등등.

 

정말 전역하고 처음 만나보는 신선한 진상이었다. 특히나 학교 내에서는 글좀 그냥저냥 쓴다고 선배들이 치켜세워주고 그걸로 나름 밥벌이도 해먹던 시기라 콧대가 꽤 올라있던 차에 그런 소리를 들으니 술김에 짜증이 확 났지만 신선함도 같이 느껴졌다. 그런 지적은 그 형과 내 글이 실릴 잡지사 분들에게서나 가끔 듣던 얘기였고 동년배 중에 내 글을 읽고 평가하는 사람이 별로 없이 그저 '어렵다' 라고만 감상을 남기는 경우가 워낙 많았던지라 내겐 차라리 필요하던 평가였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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